마치, 그것은 하나의 제의와 같다.

광장을 앞에 두고 그걸 읽어나가는 과정은.

어느 소설은 그걸 읽고 있다는 행위하나만으로도

그 어떤 인문학책을 읽는 것보다도 가슴 뿌듯할 때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책을 자랑하고 싶기까지 하다.

 

어릴 적 광장을 그저 시험점수 잘 받는 걸 원하던

그 때 읽지 않고, 지금, 낯 선 나라에서 그의 글을

읽게 된 건, 기이한 인연이기도 하고 축복이기도 하다.

임용시험을 칠 때도 단지 써머리 한 것만

외우고 시험에 응했다니 놀랍지 않은가?

게다가 그렇게 해서 합격까지했다니,

그건 더 놀랍지 않은가? 

한국 시험 현실이다.

 

그나저나, 교과서에 실리는 광장을

명준과 윤애, 은혜와의 사랑부분으로 편집해 싣는다면

도리어 광장에 더 많은 학생들이 몰릴 거 같다는

삼천포 같은 생각도 해본다.

 

그들의 뜨거운 사랑은 뒤로 하고

중립국을 선택하는 딱딱한 부분만 실어놓으니

아이들이 지레 겁내지 않겠는가?

단 한 줄도 그냥 지나칠수 없는 숨막히는

젊은이의 열정과 사랑,

때로 사랑에 어리석은 질문을 하며

몸을 비트는 청년, 그리고 광기,

아! 광장으로 아이들을 안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