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전쟁묘사를 읽다가 책을 덮어버리면

그 다음 이야기를 읽어낼 수 없다.

달콤한 사랑이야기만 써달라고 작가에게

주문하는 건,

몸에 좋지 않은 당분만 달라는 아이같은 일이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남루하고 고통스러운 전쟁이야기가 길게 이어지기에

평범한 남녀의 짧은 사랑이 귀해보인다.

그것은 느닷없이 일어나는 깨달음이다.

작가가 독자에게 이러한 경험을 준다면

그는 성공한 글쟁이이리라.

그들의 탈영,

훈장까지 받은 적 있던 주인공이

결국 임신한 연인을 데리고 떠나기까지의 과정.

중립국에 들어가 그들은

짧지만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연인은 사산 끝에 출혈이 심해

결국 죽는다.

수천명, 수만명이 한꺼번에 죽는 전쟁도

이보다 슬프지 않았다.

왜 제목을 무기여 잘 있거라로 뽑았는지

그 순간 깨달았다.

인간의 사랑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일체의 폭력.

일체의 불의...그것은 바로 무기가 아닐까?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와

최인훈의 광장을 이 책과 연결시켜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졌다.

이 책을 다 읽은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