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에 권정생 같은 사람이 들어와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깜냥은 너무나 자본주의적이고,
내 본성은 너무나 기회주의적이면서,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을 동경하는 이 모순 속에
가슴이 터질 것 같으니 차라리 내 깜냥에 딱 맞는
사람만 내 마음속에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

오늘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었다.
예수님이 지금 한국에 오신다면 십자가 대신
똥짐을 지실거라며 이런 말씀을 하신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는 추상적이며
관념에 머문 신학을 가르치지 않았다. 입으로 설교하는
목회가 아니라 몸으로 살아가는 목회자가 있어야 한다.
밭을 갈고 씨뿌리고 김매고 똥짐을 지는 농군이
바로 이 땅의 목회자다. 몸으로 살지않고 수천만번
주기도문만 외운다고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는 건
절대 아니지 않는가"

베트남에서 살면서, 난 자주 몸으로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입으로만 학생들을 가르친다. 수천만번
문학적 지식을 외운다고 평화롭고 행복한 교과수업이
되는 건 절대로 아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내게 하는 말소리 같아 가슴이
뜨끔뜨끔하다.

어디 그것이 교과수업에만 해당하겠는가?
어느덧 내 살림을 베트남 도우미에게 맡겨놓고,
외국인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까 흔들리고,
골프도 한번 배워볼까 기웃거리니,
정말이지 나란 인간은 한심하기 그지 없다.

이런 볼품없는 내게도 영혼이 있고
하나님이 날 사랑하실까?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