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원을 가르칠 때면 속이 뜨끔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중학교 때 실려있던 인, 신 두 아들에게 보낸

백범일지 서문과, 마지막에 실려 있는 나의 소원

이 둘만 제대로 읽었을 뿐, 그 분이 써놓으신 백범일지는

면밀하게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수행평가와 중간고사 출제로 마음이 바쁘긴

했지만, 결국 돌베게에서 출간한 백범일지를 밤새워

읽어냈다.

역시 최고였다.

김구 하나만도 멋있는데 그가 교류한 쟁쟁한 독립운동가들,

그들과 펼치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별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또 하나.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의 남다름에

감명받았다. 전태일 뒤에 이소선여사가 있듯,

김구 뒤에 있는 곽낙원 여사가 있어

내게 어떤 어머니로 남아야하는가를 절실하게

가르쳐 주었다.

특히, 감옥에 수감중인 아들을 찾아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으며 담담하게 면회하고 힘을 실어주는 모습,

같은 조선인에게 피살당할 뻔 했던 김구에게

네 목숨은 상제가 주관하고 있다는 걸 알아

다시 살아나리란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같은 동포에게 피격당했다 살아난 것은

왜놈에게 저격당했다 죽은 것보다 못하다라고

말하는 장면, 생일잔치를 해주려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 당신 돈을 보태 권총을 사신 모습.

모두 가슴에 남는다.